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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움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We> & 아티스트 토크

바나나 전시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마우리치오 카텔란

어제 리움 전시 오픈일이었고,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하기 위해 리움에 갔다. 먼저 가서 전시를 보고 좀 쉬다가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했다. 전시를 먼저 보고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하게 되어 더 재밌게 들었던 것 같고, 또 토크를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내용들도 있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토크에는 전시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역시 마우리치오 카텔란답게 아티스트 토크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스스로 ‘나’가 되어 카텔란의 자서전을 쓴 오랜 동료이자 평론가인 프란체스코 보나미가 있으니 그 분이 이 날도 직접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되어 아티스트 토크에 참석했다. 그 컨셉 자체가 이 전시와도 어울려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부관장이 토크를 진행했다.




리움 미술관 입구에는 노숙자가 미동도 않은채로 누워있다.

동훈과 준호, 마우리치오 카텔란


미술관에 들어갈 때 어떤 분들이 나오면서 “저 사람은 미술관 앞에 계속 왜저러고 있대..”라고 말했지만 설마 농담이었겠지 ㅎㅎ

저 누워있는 분은 이번 전시의 작품이다.

내부에도 이런 분이 계시다.
오늘 기사를 보니 누군가가 그 옆에 동전을 담으라는듯 바구니를 놓고 갔다더라

동훈과 준호, 마우리치오 카텔란


이 분은 밖에 계신 분과 한 세트 작품으로 ‘동훈과 준호’(노숙자)이다.
한국에서의 평범하고 흔한 한국인의 이름을 붙인 듯 하다.



미술관 로비 곳곳에는 비둘기들이 있다.
박제된 비둘기로 <유령>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엘리베이터 두 대가 설치되어 있고, 실제로 층수에 불도 들어오고 1층에 도착하면 땡 소리를 내면서 문도 열린다. 근데 이 엘리베이터는 정말 미니 사이즈 엘리베이터이다. 저 옆에 서있는 사람 사이즈를 보면 알 수 있다.
스케일 조정이 된 작품들이 꽤나 있다.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캔버스에 칼집을 내는 폰타나의 작품과 칼집을 내는 쾌걸조로의 행위의 이미지가 합쳐져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

이 작품 옆으로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머릿속을 형상화했다는 작품이 있다.

Void, Maurizio Cattelan


자세히 보면 마우리치오의 작품들이 미니어처로 나타나있다.


바나나도 보이고, 운석을 맞아 쓰러진 교황, 비둘기, 침대 위에 남자가 둘이 누워있는 <we>라는 작품 등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과 이번 전시에는 없지만 황금변기, 시칠리아에 세웠던 *hollywood 간판 등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된 그는 시칠리아 팔레르모에 L.A에 있는 할리우드 간판을 설치함으로 참여했다.


작가는 머리에 한 번 들어온 것은 이미 나갈 수가 없고, 가끔은 그것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폰타나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옆에 이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도 본인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목은 희망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전시장에 있다 보면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올려다보면 한 아이가 저 위에서 양철북을 치는 소리이다. 양철북의 오스카라고 한다.
(영상을 올려보려고 했는데 안 올라간다..)


Novecento, Maurizio Cattelan


이건 당나귀인 줄 알았는데 말이었다.
말을 당나귀처럼 표현하려고 했다니 표현이 잘 된 것 같다. 말은 권력과 힘, 성공의 상징이고 당나귀는 모욕, 실패의 이미지라고 했다.

약간 실물 크기보다 작은 크기로 침대에 두 남자가 누워있다. 제목은 <We>로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두 남자는 모두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다. 나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나뿐이고, 그래서 ‘나’이고, 또 ‘우리’이고 그렇다고..
근데 길버트 앤 조지가 찍은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에 담긴 이야기를 보면 또 다른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We, 2010, Maurizio Cattelan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곳곳에 있는 비둘기, 유령


곳곳에 비둘기들이 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어머니라고 한다. 냉장고에 앉아있다니 어딘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지만 20대 초반에 어머니를 잃은 그가 어머니를 추모하는 방식이라고 하니 그대로 이해하겠다.


무제, 2001, 마우리치오 카텔란

미술관에 잠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 ㅎㅎㅎ
이 작품을 위해 바닥을 저렇게 뚫어버렸다😂

개들과 병아리.
이 또한 박제이다.

Him, 2001, Maurizio Cattelan

어린이가 기도를 드리고 있는 듯하다.


Him, 2001, Maurizio Cattelan

그러나 앞으로 가서 보면 히틀러인 것이다. Him이라는
뒷모습은 천진한 아이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냥 봐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잘못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또 비둘기가 있다.




작가님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1층으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작품.
비석인데 축구 경기 결과라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이게 잉글랜드가 패배한 경기만 모아놓은 기록이다.
이긴 것이 아니라 진 기록이라니 재밌지 않은가 ㅎㅎㅎ
축구를 보통 심각하게 생각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 잉글랜드인들은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심각함을 풍자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실탄을 쏜 자국..
블랙 캔버스엔 성조기가 보인다.👀



비밀, 마우리치오 카텔란


처음에 딱 보고 크기별로 공룡뼈를 쌓아놨네라고 생각했다. 주로 내가 본 이런 형태는 공룡뼈였으니까..
근데 제목이 <비밀>이고, 설명에 당나귀, 고양이, 까마귀… 뭐 이런 게 써있다.
아 그래서 제목이 비밀이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아티스트 토크에서 이 작품에 대해 특별히 그런 얘기가 없는 걸 보니 그건 아닌가 🤔
암튼 나의 해석은 그랬다.
마우리치오 카텔란도 자신의 작품 해석을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했으니 내 마음대로 해석하겠다. ㅋㅋ

저쪽 반대쪽 끝에 가니 이 작품이 있다.

500


같은 형상이군.
근데 이 작품에 대해서 협동.. 그런 의미를 얘기했던 거 같다.


완벽한 날, 마우리치오 카텔란


갤러리 주인을 테이프로 벽에 3시간 동안 붙여놓은 뒤 찍은 사진
‘완벽한 날’😱😱😱

작가 스스로는 의도를 드러낸 바 없다지만 911 테러 직후 만들어져 무너진 쌍둥이 빌딩, 무력한 공권력 등을 나타낸다고 추론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까지가 1층이고,
2층에 내리는 순간 바닥의 붉은 카펫이 보이고, 죽은 사람을 천으로 덮어놓은 형상들이 있다. 천이 아니고 고대 석상처럼 원단의 느낌을 나타냈을 뿐이다.
어디든 사건, 사고가 있는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이며 또 누구든 저런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은 <all>이다.

All, 2007, Maurizio Cattelan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
학교가 답답하고 싫었다는 마우리치오는 책상에 앉아있는 십자가에 못 박힌 것 같은 본인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심경을 표현했다. 아예 모를 것 같지는 않다.
오늘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찰리라는 흔한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들었는데, 마우리치오 작품에 대한 내용들을 보다 보니 또 다른 의미가 있는듯하다.

Charlie Don&amp;amp;rsquo;t Surf, Maurizio Cattelan



이건 또 무슨 광경인지..
저 상자를 빼고는 어느 교회에 전시했던 작품이라던데, 십자가에 못 박힌 형상을 한 것을 빼고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존재하는 사진 작품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유령이 되고 싶으나 너무 커서 다 가려지지 못한 코끼리. 🐘

Not Afraid of Love, Maurizio Cattelan



2층 창 밖의 풍경도 좋다.


너구나 ㅋ
이 몸값 비싼 바나나야 🍌
나름 전시할 때 작가의 까다로운 매뉴얼이 있다고 한다. 아무나 전시할 수 없다는 일종의 트릭?
되도록 X자가 되는 각도로 ㅎㅎ
또 이게 붙이는 게 쉽지 않다고…
그냥 테이프로 떠억 붙여놓으면 금방 떨어질 거라 했다.

Comedian, 2019, Maurizio Cattelan

제목은 <코미디언>이다.



이 역시 박제한 다람쥐이다.
모든 환경을 다람쥐 사이즈로 구성했다.
저 싱크대는 카텔란 어렸을때 집의 씽크대 모양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밑에 권총이 떨어져 있다 😭
항상 귀엽고 생기 넘치고 발랄한 것 같은 그 다람쥐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면 얼마나 힘든 현실인가 뭐 그런 의미라고 한다. 다람쥐와 권총자살이라니..
너무 작아서 쪼그려 앉아서 봐야 한다.

비디비도비디부, 1996, 마우리치오 카텔란

 

이번 전시의 두 번째 말인데, 이번엔 벽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


아홉 번째 시간, 1999, 마우리치오 카텔란

교황님이 누워계시다…
운석을 맞고 누워계신다.
첨엔 일어서 있는 교황이었는데,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누워있어야 한다고 해서 누워있을 만한 구실이 필요해서 비현실적인 운석을 떨어뜨려줬다고 한다 ㅎㅎ
그 맞은편엔 한 번에 3-4명만 들어가게 하는(줄을 서야 한다.) 미니 성당이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 가면 너무 크고 또 높이 천장 벽화가 있기에 벽화를 잘 보기가 힘들다고 친절하게 미니어처로 만들어 주셨다. 😂


전시는 여기까지다.

아 근데 또 있다.
로비 벽면의 이 작품들이다.

Working Is Bad Job, 1993, Maurizio Cattelan
Working Is Bad Job, 1993, Maurizio Cattelan


이게 코오롱이랑 엔씨소프트 광고지 무슨 작품이냐고 할 수 있지만 <일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Working is a bad job)>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93년 카텔란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전시공간을 팔았고, 그 자리에는 향수 광고가 걸렸었다. 자신의 이름과 저 제목만 걸어 놀았을 뿐 일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서 특별히 작업을 하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저 광고들이 바로 그 작품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자신의 작품을 걸 자리에 전시 기간 한 달(?) 내내 곧 돌아오겠다는 팻말을 걸어두기도 했다.
또, 토리노 근처 성 전시에서 보여준 시트를 이어 묶어 창밖으로 늘어뜨려 도망갔음을 암시했던 작품도 일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잘 나타낸 작업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건 따로 찾아보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설립한 Oblomov 재단은 1년 동안 일하지 않은 작가에게 상금을 주는 곳이었다고 하니 그 일관적인 정신은 알아줘야겠다.


로비 한구석에 리딩룸에 가면 카텔란과 피에르 파올로 페라리가 만든 사진 매거진 toilet paper가 전시되어 있다.

토일렛페이퍼는 글자 하나, 광고 한 장 없이 사진 작업들을 모은 매거진이다.
가볍게 즐기라는 의미에서 토일렛 페이퍼라고 이름 지은 이 매거진에는 인종, 종교, 정치 문제를 비틀고 꼬아 이름다우면서도 충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익숙한 이미지들이 보이는데 seleti 거울 등의 제품에 사용된 이미지들이 있다.



이번 전시를 보고 또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하고 느낀 것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작품을 통해 풍자와 비판은 하지만 무언가를 설파하려고 하거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유머도 빠뜨리지 않는다. 사회적 의미도 담고 있지만 너무 무겁거나 불쾌하거나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특이하다 싶지만 종종 특이한 작품들에서 마주할 수 있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자세히 쓰지는 않았지만 알고 보면 나름 심오한 뜻을 가진 작품들이었지만 아티스트 토크에서 작품을 설명하면서도 굳이 언급하지 않기도 했으며, 딱히 political한 작가로 보이기는 원치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내 방식대로 풍자와 비판을 하겠다. 당신들은 당신들 나름대로 생각하라.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볍게 유쾌하게 표현한 듯한 표면적 느낌과는 달리 그는 아마 깊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것이다. 틀을 깨는 사고의 소유자이자 매우 영리한 작가인 것 같다.

아트샵에도 어김없이 바나나가 찾아왔다. 🍌🍌🍌
그리고 토일렛 페이퍼 사진도 기존 seleti 제품처럼 아트상품처럼 만들기 딱인 이미지인데 이를 활용한 스마트폰 케이스가 있었다.
앗 근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삼성 미술관이라고 갤럭시용만 있나 보다 😯ㅋㅋㅋㅋㅋ

귀엽지만 슬픈 다람쥐 🥺
다람쥐야 또 보러 갈게…


전시는 7월 16일까지이다.
원래 기획 전시를 하던 장소는 새 단장을 하는 것인지 막혀있고, 기존에 현대미술 상설 전시를 하던 장소에서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를 하고 있다.



나오면서 찍은 어둑해진 이 느낌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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